전 세계적으로 기상이변과 자연재해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가운데, 특히 태풍의 강도와 빈도가 눈에 띄게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입증되고 있습니다. 지구 평균기온 상승, 해수면 온도 변화, 해양 증발량 증가 등의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태풍은 과거보다 더 강력해지고, 더 많은 비를 동반하고 있습니다. ‘슈퍼 태풍’이라는 용어가 낯설지 않게 들릴 정도로 최근의 태풍은 기존 대비 위력과 파괴력이 월등히 커졌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기후변화가 태풍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왜 이것이 단순한 자연 현상이 아닌 인류 전체의 위협이 되는지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기후변화와 해수면 온도의 연관성
태풍은 열대 바다의 수온이 일정 온도 이상 상승할 때 발생하는 대기 현상입니다. 일반적으로 해수면 온도가 26.5도 이상일 때 태풍이 발생할 수 있는 조건이 형성되며, 수온이 높을수록 태풍은 더욱 강력한 에너지를 흡수하며 발달하게 됩니다. 문제는 지구 온난화로 인해 전 세계 해수면 온도가 평균적으로 상승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북서태평양, 동중국해, 남중국해 등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태풍 발생 해역의 수온도 꾸준히 상승하고 있어, 이로 인해 강력한 태풍이 자주 발생하고 있습니다.
기후 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은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합니다. 해수면이 상승하면 태풍으로 인한 폭풍해일과 해안 침수가 더 넓은 지역에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고온의 해수는 증발을 촉진시켜 태풍에 더 많은 수증기를 공급하고, 이로 인해 태풍은 더 많은 강수량을 동반하게 됩니다. 최근의 태풍이 단순히 바람이 센 수준을 넘어서 ‘물 폭탄’을 동반한 집중호우 형태로 피해를 유발하는 것도 이러한 해양 기후의 변화에서 비롯된 결과입니다.
이와 같은 변화는 단순한 예측이 아닌, 위성 데이터, 기상 관측소 기록, 해양 센서 등을 통해 과학적으로 분석되고 있으며,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는 보고서를 통해 “기후변화가 해양 열 에너지 축적을 증가시키고, 그로 인해 극단적 기상현상 빈도와 강도를 높이고 있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즉, 더 강한 태풍이 더 자주 찾아올 수 있는 기후 조건이 이미 형성되고 있는 것입니다.
태풍 강도 상승의 실제 사례와 변화
기후 변화가 태풍 강도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과거와 현재 태풍의 변화 양상을 비교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태풍의 중심 최대풍속이 35m/s를 넘는 경우는 많지 않았지만, 최근 10년간 한반도에 영향을 준 태풍 중 상당수가 중심 최대풍속 40m/s 이상을 기록하며 ‘중형 이상 강도’로 분류되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2019년의 태풍 ‘링링’은 중심 풍속 47m/s, 2020년 ‘마이삭’과 ‘하이선’은 각각 일본과 한반도에 큰 피해를 남긴 강한 태풍이었습니다.
또한, 태풍의 지속 시간과 이동 경로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중국 남부나 일본 열도를 지나면서 한반도에 간접적인 영향을 주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 들어서는 한반도를 직접 관통하는 태풍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는 제트기류와 해류 흐름, 대기압계 등의 변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며, 장마철과 겹치게 되면 기습적인 집중호우와 폭풍이 함께 나타나면서 예측이 더 어려워집니다.
기상청 자료에 따르면 최근 30년 사이 태풍의 발생 수 자체는 일정하게 유지되고 있으나, 강도 높은 태풍의 비율은 분명히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단순히 기상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더 많이 관측되었다는 차원을 넘어, 실제로 태풍이 점점 더 강해지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미국 NOAA(해양대기청) 또한 같은 취지의 분석을 내놓으며, 전 세계적으로 ‘카테고리 4~5급’ 태풍의 빈도가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미래 대응과 개인의 준비 방법
기후변화에 따른 태풍 강도 상승은 이제 더 이상 예외적인 현상이 아니라 ‘뉴노멀’로 받아들여져야 합니다. 이에 따라 정부와 지자체, 국제사회는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장기 전략을 마련하고 있으며, 태풍 관련 예보 시스템 고도화, 재난 인프라 정비, 하천·저지대 정비 사업 등이 활발히 추진되고 있습니다. 특히 한반도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고, 여름철 장마와 태풍이 겹치는 기상 구조상 태풍 리스크에 매우 취약한 지리적 특성을 가지고 있어, 전국적인 대응 체계 강화가 시급합니다.
그러나 정부 차원의 대응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바로 시민 개개인의 대응 능력입니다. 기상청의 태풍 특보와 예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비상 대피소 위치와 대피 방법을 가족과 공유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침수 위험 지역에 거주하는 경우는 태풍 도달 전 차량을 고지대로 이동시키고, 지하 공간은 사용하지 않도록 합니다. 창문, 출입문, 옥외 시설물을 고정하거나 실내로 옮기고, 정전에 대비해 손전등과 보조배터리, 식수와 간단한 비상식량을 준비해야 합니다.
또한 친환경적인 생활 실천도 장기적으로 태풍 리스크를 줄이는 방법 중 하나입니다. 에너지 절약, 대중교통 이용, 플라스틱 사용 줄이기 등 탄소 배출을 줄이려는 작은 실천이 모여 기후변화의 속도를 완화할 수 있습니다. 기후위기 대응은 단기 대응과 장기 예방이 함께 이루어져야 하며, 그 중심에는 과학적 이해와 시민의식이 함께 있어야 합니다. 태풍은 막을 수 없지만, 피해는 줄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시작은 바로 ‘알고 준비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