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는 친환경 이동수단으로 각광받으며 빠르게 대중화되고 있지만, 모든 소비자에게 같은 편의성을 제공하지는 않습니다. 특히 자가주택 없이 아파트, 다세대, 오피스텔, 원룸 등에 거주하는 세입자 입장에서는 전기차 충전 문제로 인해 실사용이 매우 제한적입니다. 정부와 지자체는 전기차 보급 확대에 집중하고 있지만, 실제 생활환경과 충전 인프라 사이에는 여전히 큰 괴리가 존재합니다. 이 글에서는 주택이 없는 세입자의 입장에서 전기차 사용 시 마주하는 주요 문제들과 그 대안에 대해 실질적으로 분석해봅니다.
세입자가 겪는 충전 인프라의 현실
전기차의 가장 큰 특징은 '연료를 충전소에서 넣는' 방식이 아닌, '전기를 집이나 지정된 충전기에서 공급받는' 구조라는 점입니다. 자가주택에 사는 사람은 전용 콘센트나 벽걸이형 완속충전기를 설치할 수 있지만, 세입자는 건물 구조와 임대인 동의 문제로 충전기 설치가 매우 어렵습니다. 아파트의 경우 충전기 설치를 위해 입주자대표회의의 동의가 필요하며, 다세대 주택이나 원룸은 주차 공간조차 없는 경우도 많습니다.
공용 충전소를 이용하더라도 근거리 충전기가 부족하거나, 인근 충전소가 자주 고장 나 있거나 점유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심야 시간 충전을 위해 밤 10시~새벽 2시 사이에 충전소를 찾아 이동해야 하는 상황이 반복되며, 직장인이나 육아 중인 세입자에게는 감당하기 어려운 현실입니다. 충전 대기시간도 점점 길어지고 있으며, 충전 중 주차 공간을 무단 점유하는 문제도 갈등의 요인입니다.
또한 세입자가 거주지를 자주 이동해야 할 경우, 매번 새로운 충전 인프라 환경에 적응해야 하며, 충전이 불가능한 동네로 이사하게 될 경우 전기차 유지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결국 주거 환경이 안정되지 않은 세입자는 전기차의 혜택을 실질적으로 누리기 어렵고, 보급 정책에서도 소외되기 쉬운 구조입니다.
보조금 혜택과 실제 이용 불균형
전기차 구매 시 정부와 지자체는 다양한 보조금을 제공하고 있지만, 그 대상과 조건이 세입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예를 들어 지자체 보조금은 해당 지역에 일정 기간 이상 거주한 자를 우선 선발하거나, 차량 등록지를 기준으로 제한되기 때문에 자주 이사하거나 거주지가 불안정한 세입자는 지원을 받기 어렵습니다.
또한 일부 지자체에서는 자택 또는 직장 근처에 충전 인프라가 확보된 사람을 우선 보조금 대상으로 선정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는 자가주택 소유자 중심의 전기차 보급 정책이 세입자를 소외시키는 구조로 이어집니다. 더불어 주차공간이 없는 원룸, 고시원, 도시형 생활주택 등에 거주하는 사람은 전기차를 구매하더라도 등록·충전 자체가 어렵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전기차를 살 수 없는 구조'입니다.
이와 함께 공동주택 내 충전기 설치 문제도 걸림돌입니다. 임대아파트나 분양 후 전세로 거주하는 경우, 입주자대표회의 또는 관리사무소의 허가 없이 충전기 설치는 불가능하며, 공용 전기 사용 문제로 입주민 간 갈등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결국 보조금을 받아 차량을 구매해도 ‘충전할 수 없다’는 이유로 다시 매매하거나, 주차만 해두는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세입자 맞춤 대안과 정책적 개선 방향
세입자의 전기차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정책과 인프라 양쪽 모두에서 변화가 필요합니다. 우선 주거 형태에 따라 맞춤형 충전 인프라 확대가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공공임대아파트나 도시형 생활주택 단지에 공공 완속충전기를 의무화하거나, 주차장 없는 주택 밀집지역에는 골목형 공공 급속충전소를 배치하는 방안이 검토되어야 합니다.
또한 모바일 충전 서비스(찾아가는 충전차량)나 공공 주차장 내 무료 또는 저가 충전기 확대도 세입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됩니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시범적으로 충전 드론, 공유 충전기 등을 도입하고 있으나 아직까지는 사용자가 체감할 정도로 보급되지는 않았습니다. 국가 차원의 예산과 민간 협업을 통해 충전 사각지대 해소에 적극 나서야 합니다.
정책적으로는 세입자 대상 전기차 보조금 우선 지원 및 주거 불안정 계층에 대한 별도 가산점 부여가 필요합니다. 더불어 차량 등록지 요건을 완화하거나, 직장 소재지 기준으로 보조금을 신청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세입자도 안정적으로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일부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은 사내 전기차 충전기를 설치하고 있으므로, 출퇴근용 EV를 사용하는 세입자는 직장 충전기를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화하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마지막으로 공공 공유 전기차(Car Sharing EV)의 확대도 중요한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자가 전기차를 운용할 수 없는 세입자는 구독형 전기차, 무제한 카셰어링, 근거리 공유 차량 등을 통해 전기차 서비스를 간접 이용할 수 있으며, 이는 도시 내 친환경 교통 수단 활성화로도 이어집니다.
전기차는 미래형 이동수단이자 친환경 대안이지만, 모든 국민이 동일한 출발선에 있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주택이 없는 세입자는 충전 인프라, 보조금 제도, 주차 공간, 생활 여건 등에서 다층적인 제약을 받고 있습니다. 전기차 보급이 '소수 특권층의 전유물'이 되지 않도록, 세입자 중심의 현실적 접근과 정책 전환이 시급합니다. 전기차 대중화는 기술보다 제도와 인식의 변화를 통해 완성될 수 있습니다.